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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 발표 다음 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4% 이상 급락했습니다. 코스피는 -3.65%, 코스닥은 -4.83%로 마감했고, 증권 앱 알림이 연달아 울리는 걸 보면서 저도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배경을 파고들어 보니 중국 D램 기업 CXMT(창신메모리)의 이름이 계속 등장했습니다. 단순 경쟁자라고 넘기기엔 숫자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코스피가 흔들린 배경, CXMT란 무엇인가
솔직히 처음엔 저도 CXMT라는 이름이 낯설었습니다. 찾아보고 나서야 그 규모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CXMT, 정식 명칭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hangxin Memory Technologies)로, 2016년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설립된 D램 전문 기업입니다. D램(DRAM)이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처리 속도와 용량이 기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설립된 지 10년이 채 안 된 신생 기업인데, 2026년 7월 상하이증권거래소 과창판에 상장하면서 공모가 대비 465% 이상 폭등해 중국 본토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습니다. 조달한 자금만 약 666억 위안, 우리 돈으로 13조 원이 넘습니다.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설비 증설과 연구개발에 투입된다는 점이 시장을 긴장시켰습니다.
이 성장 뒤에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정책이 있습니다. 반도체 굴기란 중국이 국가 주도로 반도체 산업 자립을 이루겠다는 전략으로,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CXMT 같은 기업에 집중 투입되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기술 격차를 국가 자본으로 단기간에 좁히겠다는 구조인 셈입니다. 시장 논리만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점유율 4%에서 10%, 서버 D램까지 노리는 속도전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삼성전자 38%, SK하이닉스 25%, 마이크론 24% 순입니다(출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그리고 CXMT가 10%로 4위를 차지했습니다. 1년 전 4%대였던 수치가 두 배 이상 뛴 겁니다. 수치 자체보다 이 속도가 업계를 더 긴장시키고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그간 CXMT는 LPDDR 계열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해왔습니다. LPDDR이란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 메모리(Low Power Double Data Rate)의 약어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배터리로 구동되는 기기에 최적화된 모바일용 D램입니다. 소비자 가전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저가 공세로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린 방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는 결이 달랐습니다. CXMT 측이 연말까지 4F² 셀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D램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한 겁니다. 4F² 구조란 반도체 회로 간격을 극도로 좁혀 동일 웨이퍼에서 뽑아낼 수 있는 칩 수를 대폭 늘리는 차세대 설계 방식입니다. 관련 특허만 300건 이상 쌓았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 일정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앞선다는 점입니다. SK하이닉스는 자체 4F² 로드맵을 지난해 공개했고, 삼성전자는 2028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발표된 계획만 놓고 보면 CXMT가 2년 이상 앞서는 셈입니다. 최태원 SK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늦어지면 점유율을 다 뺏긴다"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저는 이게 단순한 경계심 표현이 아니라 실제 위기감의 발로라고 읽혔습니다.
- 글로벌 D램 점유율 1년 만에 4% → 10% 돌파 (트렌드포스 집계)
- LPDDR6 양산 공식화 및 5세대 D램 공정 양산 돌입 발표
- 4F² 기반 서버용 D램 연내 출시 계획 — 삼성·SK하이닉스보다 2년 이상 앞선 일정
- 중국 정부 지원 보조금 + 13조 원 규모 공모 자금으로 설비 증설 가속화
삼성·SK하이닉스의 실제 위협 수준과 앞으로의 판단 기준
이 대목에서 시장 반응은 둘로 갈립니다. 한쪽에서는 "중국 기술이 저 수준까지 올라왔느냐"는 경계론을 내세우고, 다른 쪽에서는 "발표와 실제 양산은 다른 얘기"라는 신중론이 맞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두 시각 모두 일리 있다고 봅니다.
신중론 측의 핵심 논거는 수율(yield)입니다. 수율이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전체 생산된 칩 중 불량 없이 정상 작동하는 칩의 비율을 뜻합니다. 새로운 셀 구조를 도입할수록 초기 수율은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고, 서버용 D램은 소비자용보다 훨씬 높은 신뢰성 기준을 요구합니다. 발표된 일정대로 제품이 나오더라도 실제 대형 고객사에 공급되기까지는 검증 과정이 필요합니다.
반면 경계론에는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기술 격차라는 건 '지금 당장'의 수치보다 '따라오는 속도'를 봐야 합니다. 4%에서 10%로 오른 게 불과 1년 사이라면, 수율 문제도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핵심 기술 인력 유출 문제도 같은 맥락입니다. 수십 년치 연구개발 결실이 경쟁사로 빠져나간다면 격차는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질 수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기술 보호 체계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CXMT 이슈가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CXMT의 대규모 설비 투자가 확대될수록 관련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의 수혜 가능성도 커집니다. 트렌드포스는 2025년 4분기 범용 D램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15%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출처: 트렌드포스). 가격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점유율 경쟁보다 수급 자체가 더 큰 변수가 되기도 합니다. CXMT 이슈를 '국내 반도체주 전체의 악재'로 단순화하기보다, 어떤 기업이 실제로 영향을 받는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XMT가 삼성전자 실적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나요?
A. 당장 직접적인 실적 타격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CXMT는 범용 D램과 LPDDR 위주로 공급망을 넓히는 단계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수익원인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서버용 고부가가치 D램 시장에는 아직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서버 D램 출시를 공언한 시점부터는 장기적인 경쟁 구도 변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봅니다.
Q. CXMT 점유율 10%가 정말 위협적인 수준인가요?
A. 절대 수치보다 상승 속도가 문제입니다. 1년 만에 4%에서 10%로 오른 건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반면, 수율과 신뢰성 검증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공포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두 시각 모두를 열어두고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Q.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CXMT 성장이 오히려 호재인가요?
A.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CXMT가 설비를 대규모로 늘릴수록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에 수주 기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이라 실제 공급 가능 여부는 기업별로 달라질 수 있어, 일률적으로 호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4F² 기술이 정말 삼성·SK하이닉스보다 앞선 건가요?
A. 발표된 일정만 비교하면 그렇게 보이지만, 발표와 실제 양산 사이의 간극이 항상 존재합니다. CXMT가 3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실제 양산 수율과 고객사 인증을 통과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발표는 실제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론
이번 코스피 급락을 보면서 저는 중국 반도체 이슈를 더 이상 먼 나라 얘기로 흘려들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CXMT의 점유율 상승 속도와 4F² 서버 D램 도전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HBM 기술 격차를 빠르게 벌려놓아야 한다는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동시에 연구개발에 투자한 기술이 인력 유출로 경쟁사에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기술 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지켜볼 포인트는 명확합니다. CXMT가 연내 서버 D램을 실제로 출시하는지, 출시하더라도 수율과 고객사 인증을 통과하는지,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사이 차세대 기술에서 얼마나 격차를 벌려놓을 수 있는지입니다. 단기 주가 등락보다 이 세 가지 흐름을 주시하는 것이 반도체 투자자에게 더 유효한 시각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