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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이틀 만에 16% 폭락하면서 서킷 브레이커가 연이어 발동됐습니다. 20년 넘게 국내 주식시장을 지켜봐 온 저도 이번만큼은 솔직히 손이 떨렸습니다. 수치보다 더 무서운 건 지금 이 시장이 어디까지 무너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시장 붕괴, 숫자로 확인한 공포
올해 초부터 지난 4월 28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약 197조 2천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출처: 코스콤). 지난해 연간 순매도 규모인 9조 원의 약 20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하루 만에 5조 7,400억 원이 빠져나갔던 4월 28일, 저는 그날 장 마감 후 화면을 보며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이런 외국인 매도 폭탄이 쏟아지면 신용융자 잔액을 안고 버티던 개인 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습니다. 여기서 신용융자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레버리지 거래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없는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는 구조입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이 커지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납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신용융자·신용미수 잔액은 39조 4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약 2배 폭증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올해 2분기 신용거래융자 잔액과 예탁증권 담보융자를 합산한 평균 빚투 규모는 61조 9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년 넘게 이 시장을 지켜봤지만 이 정도 규모의 레버리지가 쌓인 건 처음 보는 일입니다.
- 외국인 올해 누적 순매도: 약 197조 2천억 원 (전년 연간 대비 약 20배)
- 신용융자·신용미수 잔액: 39조 4천억 원 (1년 새 약 2배 급증)
- 빚투 합산 규모: 61조 9천억 원 (역대 최고)
- 5대 은행 마이너스 통장 잔액: 43조 3,363억 원 (2022년 10월 이후 최대)
빚투 경고, 반대매매의 악순환
30대 때 저도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투자했다가 20% 하락에 로스컷을 당하면서 2천만 원이 넘는 손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느낀 건 레버리지 앞에서는 아무리 좋은 종목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정해진 기한 안에 부족한 담보를 채우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제도입니다. 통상 장 시작과 동시에 시장가로 매물이 쏟아지기 때문에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나오면 지수 낙폭을 더욱 키우는 구조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21일 하루에만 반대매매로 팔려나간 주식이 596억 원에 달했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5월 2.63%, 6월 3.52%, 7월 3.68%로 3개월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미수거래란 투자자가 주식 매수 대금 중 일부만 내고 결제일까지 나머지 금액을 채우는 초단기 신용 거래를 의미합니다. 이틀 안에 돈을 갚지 못하면 3거래일째 되는 날 장 시작과 동시에 주식이 강제 처분됩니다. 문제는 주가 하락이 추가 담보 부족을 낳고, 다시 반대매매로 이어지고, 그 물량이 또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제 경험상 이 고리가 한 번 돌기 시작하면 개인 투자자 혼자서는 빠져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신용융자 잔액이 전체 코스피 신용잔고의 36%에 달한다는 점도 위험 신호입니다. 이 두 종목의 주가가 흔들리면 코스피 시가총액 전체가 동반 하락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주식에 투자한 자금까지 더해지면, 주가 하락과 고금리 이자 부담이 동시에 터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됩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코스피가 급락한 이틀 사이에만 6,085억 원 증가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정책 실패, 카지노가 된 시장
직접 겪어보니 지금의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정상적인 투자 시장이라고 부르기가 어렵습니다. 20년 전에는 수백 개 종목이 고루 거래됐지만, 지금은 특정 종목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거래가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됐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하나의 종목 주가를 2배 또는 3배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입니다. 변동성을 극대화하는 도구인데, 이것이 시장에 풀리면서 코스닥은 반등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카드론 잔액이 43조 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은 최근 7.5% 안팎까지 올랐습니다. 1년 만기 신용대출 금리도 상단이 6%를 넘어섰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르기도 전에 시장금리가 먼저 뛰는 상황에서 대출을 끌어다 투자한 개인들의 이자 부담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습니다. 예탁증권담보융자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인데,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담보 가치가 하락해 증권사가 강제 매도에 나서게 됩니다. 이 구조가 레버리지 ETF와 맞물리면 변동성은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금융당국이 이 정도 규모의 빚투와 레버리지 쏠림 현상을 방치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납득이 안 됩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만큼 몰린 상황인데, 당국의 대응은 너무 느립니다. 제 생각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상장폐지나 거래 제한 같은 과감한 조치가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주식시장의 손실은 결국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지만, 시장이 카지노판으로 바뀌도록 내버려둔 책임은 금융당국에 있습니다. 이 문제는 쉽게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반대매매가 정확히 뭔가요? 저도 해당될 수 있나요?
A. 반대매매는 신용융자나 미수거래로 주식을 산 투자자가 담보 비율 유지 기준을 맞추지 못할 때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제도입니다. 신용이나 미수로 주식을 매수한 계좌를 갖고 있다면 주가 하락 폭에 따라 언제든 해당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장 시작 동시호가에 시장가로 체결되기 때문에 원하는 가격에 팔 수도 없습니다.
Q.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A.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주식의 하루 등락을 2~3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극대화되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그만큼 빠르게 커집니다. 문제는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이 상품에 투자자금이 집중되면 특정 종목의 매도 압력이 코스피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코스닥 시장의 하락세가 눈에 띄게 심해졌다고 제 경험상 느낍니다.
Q. 마이너스 통장으로 주식을 사면 어떤 위험이 있나요?
A. 마이너스 통장은 한도 안에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어 접근성이 높지만, 일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높고 변동금리 비중이 크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평가 손실과 이자 부담이 동시에 불어나고, 손실을 만회하려다 추가 대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시장 금리까지 오르는 상황에서는 버티기 여력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소진됩니다.
Q. 지금 코스닥은 왜 코스피보다 더 심하게 떨어지는 건가요?
A. 코스피는 그동안 어느 정도 상승분이 있었던 반면, 코스닥은 오른 것도 없이 계속 하락하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레버리지 자금과 미수거래가 변동성이 큰 코스닥 테마주에 집중되어 있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대상도 주로 코스닥 중소형주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특정 대형주 중심으로 거래량을 쏠리게 만들면서 코스닥 중소형주로 가야 할 투자금이 사실상 고갈된 구조라고 제 경험상 봅니다.
결론
20년 넘게 이 시장을 지켜온 제가 지금 가장 걱정하는 건 수치가 아닙니다. 반대매매 악순환과 역대 최고 수준의 빚투 규모가 동시에 터지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할 손실의 크기입니다. 지금 당장 본인의 계좌에서 신용융자·미수거래 비중을 확인하고, 담보 비율이 기준선에 얼마나 가까운지 점검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거래 제한 또는 상장폐지, 신용거래 총량 규제 강화 등 실질적인 대책을 지금 즉시 내놓아야 합니다. 정책 실패로 무너진 시장의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하고, 이 문제는 결코 조용히 지나갈 수 없습니다. 시장이 건전하게 작동해야 개인 투자자도 살고 한국 자본시장도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