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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가 하락하면 오히려 기회라고들 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10월 7일 장 마감 후 저는 그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실감했습니다. LG전자를 프리장에서 추가매수하고 정규장 시작 후 1% 오를 때 재빠르게 수익실현했는데, 그날 LG전자는 10% 넘게 하락 마감했습니다. 주성엔지니어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시장에서 버티려면 '왜 외국인이 안 돌아오는가'부터 제대로 짚어야 합니다.

외국인 수급, 왜 아직도 안 들어오는가
코스피가 힘을 못 쓰는 근본 원인은 외국인 수급(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유출 흐름)이 좀처럼 돌아서지 않는 데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나스닥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저도 이 괴리가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는데, 구조를 들여다보니 답이 있었습니다.
핵심은 글로벌 유동성(M2) 축소입니다. 여기서 글로벌 유동성이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시중에 공급하는 자금의 총량을 의미하는데, 미국·한국·일본 등 주요국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이 총량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암호화폐부터 신흥국 주식까지 모든 자산이 오르는 이른바 '에브리씽 랠리'가 나타나지만, 지금처럼 유동성이 수축하면 자금은 미국 중심으로 집중됩니다. 한국 시장은 그 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입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나드는 상황도 문제입니다. 국채 금리가 높다는 건 쉽게 말해 '위험 부담 없이 연 5%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인데, 이 조건에서 굳이 신흥국 주식을 살 이유가 줄어듭니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별 반응을 못 한 것도 이와 맥락이 같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의 문제였던 겁니다. 실제로 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경제 데이터베이스 FRED를 보면 글로벌 M2 증가율은 금리 인상 사이클 이후 눈에 띄게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글로벌 유동성 수축 → 자금이 미국 시장으로 쏠림
-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5% 돌파 → 위험자산 선호 감소
-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마무리 → 수급 지지대 약화 예정
- 개인 투자자의 고점 매수 물량 → 매물벽으로 작용 중
삼성전자 실적, 기대와 현실 사이
10월 8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경계심리가 극에 달했습니다. 저도 전날 시장 분위기를 보며 '혹시 셀온(sell on)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꽤 현실적인 근거를 갖고 있었습니다. 셀온이란 기대했던 호재가 실현되는 순간 오히려 차익실현 매도가 쏟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들의 실적 추정 평균치)는 3분기 영업이익 약 105조 원 내외로 형성돼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수치가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때도 확인했듯, 서프라이즈 비율(실제 실적이 추정치를 초과하는 정도)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시장이 느끼는 '감동'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이익 성장의 델타(기울기)가 문제인 것입니다. 여기서 델타란 이전 분기 대비 이익 증가 속도를 의미하는데, 전분기에 200% 늘었던 이익이 이번에 100% 늘었다면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더 근본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TSMC의 시가총액이 약 3,000조 원인 반면, 삼성전자는 우선주 포함 약 1,750~1,800조 원 수준입니다. 영업이익 규모로만 보면 삼성전자가 결코 비싼 주식이 아닌데도 이 밸류에이션 갭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익의 지속성'을 시장이 아직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밸류에이션 갭이란 같은 실적 수준임에도 주가 평가 배수(PER)에서 차이가 나는 현상을 뜻합니다. TSMC는 꾸준히 실적 지속성을 증명해왔고, 삼성전자는 아직 그 과정 중에 있습니다. 출처: Yahoo Finance에서 두 기업의 포워드 PER을 비교해보면 이 격차가 수치로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에서 단기 실적 발표 하나로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2017~2018년과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2027~2028년 공급 증가 사이클에서도 이익이 유지된다는 것을 시장에 증명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건 올해 3분기 실적 하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소부장 전략, 지금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대형 반도체주가 묶여 있는 동안 시장의 관심은 소부장(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저도 10월 7일 장에서 이 흐름을 직접 체감했는데, 주성엔지니어링이 전날 강했다가 정규장에서 10% 넘게 하락하는 걸 보면서 '이미 시세가 한 번 나온 종목에 무조건 따라붙으면 안 되겠다'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소부장이 차기 주도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구조적 근거는 명확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입니다. 이 현금이 결국 장비와 소재 발주로 이어집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AI 연산에 필요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고성능 메모리) 투자 확대, 파운드리 증설 등 자본 지출이 이어질수록 소재·장비 업체로의 현금 흐름은 커집니다.
다만 지금 당장 공격적으로 매수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심텍, 티엘비 같은 종목들이 이미 큰 폭으로 올라 전고점에 근접했고, 솔루엠처럼 ESL(전자 가격 표시기)과 데이터센터 전력 컨버터 모멘텀을 동시에 받는 종목도 바닥에서 상당히 올라온 상태입니다. 제 경험상 이미 시세가 나온 종목에 한꺼번에 들어가는 것보다, 조정이 나올 때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게 훨씬 리스크 관리가 됩니다.
소부장 중에서도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덜 올라온 소재 업종이 지금 시점에서는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장비보다 한두 분기 늦게 실적이 나오는 구조이지만, 그만큼 아직 주가에 덜 반영돼 있습니다. 10월 말 할로윈 전후,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금리 안정화 기대가 살아나는 구간을 저는 소부장 분할 매수의 타이밍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외국인 수급이 언제쯤 돌아올 수 있나요?
A. 글로벌 유동성이 바닥을 찍으려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완전히 종료되거나 인하 기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현재로선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물가 지표가 안정되는 시점이 첫 번째 관찰 포인트입니다. 단, 금리 안정이 곧 경기 둔화 신호일 수 있어, 수급 전환이 바로 주가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Q. 삼성전자 실적 발표 후 주가가 오를까요?
A. 3분기 실적 자체는 컨센서스(105조 원 내외) 수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수치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상태입니다. 셀온(호재 실현 시 차익실현 매도)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실적 발표 이후 4분기·내년 가이던스(전망치)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입니다.
Q. 지금 소부장 종목 사도 될까요?
A. 구조적 방향성은 맞지만, 이미 큰 폭의 상승을 거친 종목들이 많습니다. 한꺼번에 매수하기보다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효합니다. 특히 장비보다 밸류에이션이 덜 오른 소재 업종을 우선 살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Q.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계속 들고 가야 할까요?
A. 사용 가능 시기가 2년 이상 남은 여유 자금이라면 홀딩 전략이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50%를 넘는다면 일부를 소재·장비 업종으로 분산하는 것이 현 시장에선 더 유연한 대응입니다. 이익 지속성 증명까지는 최소 내년 상반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결론
10월 7일 하루에 LG전자와 주성엔지니어링이 나란히 10% 넘게 하락하는 걸 직접 겪으면서, 저는 지금 이 시장이 단순히 '기다리면 오른다'는 믿음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외국인 수급 공백, 고금리 환경, 이익 지속성 증명에 필요한 시간. 이 세 가지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은 소부장 분할 매수의 기회가 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장기 여유 자금으로 접근하되 비중 조절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지금 시장은 정답을 한 방에 찾는 게 아니라, 방향을 잡고 시간을 사는 전략이 필요한 국면입니다.